영화의 배경은 2067년으로 추정된다. 영화는 인간이 환경 위기에 직면한 디스토피아적 세계를 나타내고 있다. 인류는 극심한 기후 변화와 그에 따른 환경 파괴로 인해 생존을 위협받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인간이 가장 먼저 직면한 문제는 식량 부족이다. 병충해와 토양 황폐화로 인해 옥수수를 제외한 모든 작물이 멸종 상태에 처한다. 영화의 시점으로 7년 전에 밀이 멸종했으며 당해에는 오크라가 사라지는 것으로 나온다. 옥수수는 영화의 시점에서 인간이 재배할 수 있는 유일한 작물이지만 곧 사라질 것으로 예측된다.
인간이 직면한 두 번째 문제는 토양의 황폐화로 인한 먼지 폭풍이다. 영화 속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먼지 폭풍은 기후 변화로 인해 생긴 빈번한 자연재해이다. 이에 따라 폐 질환을 겪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식기를 엎어놓는 생활 양식을 보인다.
인간이 직면한 마지막 문제는 산소 부족이다. 병충해를 일으키는 곤충들은 대기의 80프로를 차지하는 질소로 호흡하고 이에 따른 식물의 멸종으로 산소 농도가 감소하였다. 이는 결국 장기적인 인류 생존이 불가능을 야기하고 있다.
안성은
2. 영화에서의 옥수수 활용/ 옥수수는 왜 마지막 식량이 되었는가?
영화에서 옥수수는 마지막 식량으로 등장한다. 영화는 2067년을 배경으로, 병충해로 밀을 더 이상 키울 수 없게 되어 모두 불태우고 옥수수만 키우게 된 상황이다. 감자, 오크라, 밀은 이미 사라졌다. 엄청난 양의 옥수수를 키워 끝없이 펼쳐진 옥수수밭이 나오는데 드론을 추적하는 장면에서 길의 양쪽이 모두 옥수수 밭임을 볼 수 있다. 식량은 옥수수뿐이라 모든 것은 옥수수와 관련된 음식뿐이다. 그렇다면 영화에서는 왜 옥수수가 마지막 작물이 되었을까?
질문에 대한 답은 옥수수에 있다. 옥수수는 척박한 환경에서도 잘 자라는 작물이다. 게다가 다른 작물에 비해 성장도 빠르다. 가장 주목해야 할 것은 지구온난화와 옥수수의 관계이다. 영화 속 지구는 지구온난화로 인한 이상기후로 병충해가 늘어나고 엄청난 황사가 일어난다. 그런데 옥수수는 광합성을 할 때 4개짜리의 탄소를 사용해 이산화탄소를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C4식물'이다. C4식물은 물이 부족하거나, 거름을 주지 않아도 다른 작물에 비해 잘 자란다. 많은 잡초들이 C4식물에 속하는데, 옥수수가 잡초와 같은 특성을 갖고 있어서 어떤 땅에서도 잘 자랄 수 있는 것이다. 온실가스 증가에 의해 일어나는 지구온난화로 재배할 수 있는 작물이 한정적인 상황에서 늘어만 가는 이산화탄소를 효율적으로 이용하고, 잡초와도 같은 생명력을 가진 옥수수를 영화에서 마지막 작물로 설정한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미국 드라마, 영화를 즐겨 보는 사람이라면 광활하게 옥수수밭은 제법 익숙한 배경 요소일 것이다. 그런데, 이런 의문을 가져본 적은 없는가? 이러나저러나 미국의 주 식재료는 밀가루인데, 저 많은 옥수수는 어디로 갈까?
미국에서 옥수수 자체를 먹는 일은 흔치 않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미국인은 물론이고, 전 세계 사람들은 옥수수 없이 살아갈 수 없다. 우선 간식 코너를 살펴보자. 대부분의 음료에 들어가는 액상과당, 구연산 모두 옥수수가 원료이다. [자료 1] 거기다 옥수수는 감자 다음으로 많이 쓰이는 칩(chips)의 재료이다. 아침 식사의 대명사인 콘플레이크도 주재료가 옥수수이다.
식당에 들어가도 크게 다르지 않다. 우리 식탁 위에 올라오는 소고기, 닭고기는 옥수수를 먹고 자랐으며, 그 옆에 놓인 감자튀김은 옥수수기름으로 튀겼다.
또한, 옥수수는 바이오매스로도 주목받는 재료이다. Corn Ethanol은 가솔린과 섞어 E10, E15, E85 등의 자동차 연료를 만드는 데에 사용된다. Corn Ethanol이 많이 섞일수록 질은 떨어지지만, 가격이 저렴해지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발효하고 남은 옥수수 찌꺼기를 열분해하여 석유화학 제품으로 만드는 기술까지 개발되었다. [자료 2]
GMO 옥수수가 등장하면서, 옥수수는 유전자 편집 기술의 손길을 거친 대표적인 작물이 되었다. 기술의 발전으로 생산 효율은 나날이 늘어가고, 다양한 환경에서도 견딜 수 있는 옥수수가 개발되고 있다. 인터스텔라에 나왔던 것처럼, 옥수수가 마지막 식량이 될 가능성도 작지 않을 것이다.
시각 자료 제공
출처:
자료 1
Sabrina Mores et al. Citric acid bioproduction and downstream processing: Status, opportunities, and challenges, Bioresource Technology, Volume 320, Part B, 2021, 124426, ISSN 0960-8524, https://doi.org/10.1016/j.biortech.2020.124426.
자료 2
Xiangyu Li et al. Producing petrochemicals from catalytic fast pyrolysis of corn fermentation residual by-products generated from citric acid production, Renewable Energy, Volume 89, 2016, Pages 331-338, ISSN 0960-1481, https://doi.org/10.1016/j.renene.2015.11.077.
명지수
4. 영화가 던지는 메시지
인터스텔라는 화려한 과학적 상상력 뒤에 현대 사회가 직면한 현실적인 문제들을 깊이 성찰하게 하는 작품이다. 옥수수가 인류의 마지막 식량자원으로 설정된 이 이야기는 단순히 미래를 상상하는 데 그치지 않고, 농업과 환경이 우리의 생존에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영화는 우리에게 묻는다.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지구를 얼마나 잘 돌보고 있는지, 지속 가능한 삶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놀란 감독은 이를 통해 농업 기술의 혁신과 생태계 보전이 단순한 선택이 아니라 인류의 생존을 위한 필수 과제임을 상기시킨다.
우리는 영화 속 경고를 현실에서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기후 변화와 자원 고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행동, 농업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고민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대적 과제가 되었다. 인터스텔라는 단순한 영화가 아니라, 우리가 앞으로 걸어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는 하나의 나침반이다. 현실 속 우리의 선택과 행동이 이 메시지에 답을 줄 수 있을 것이다.